사람과 사자가 함께 떠난 여행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보아도 그렇고, 특히 정치인들을 보면 나라를 위해 온몸을 던질 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 그 어떤 가치보다도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란 솔직히 어렵습니다. 이들의 마음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위선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나라가 위급한 지경에 이르러 봐야 이들의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말로는 누구나 애국자 행세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정의감이 넘치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달라져서 나라를 사랑하는 일로, 정의롭게 말하고 행동하는 일로 자신이 치명적인 물질적 피해를 입거나, 정신적 고통을 겪거나, 아주 곤란한 환경에 처할 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겁니다. 그러니 말로만 애국을, 말로만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들, 말로만 용기있는 사람들을 믿으면 나중에 더 실망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자가 어느 날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여행하다가 사람과 사자는 그들 중에 어느 쪽이 더 힘이 센가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그들은 우연히 사람이 사자의 목을 조르고 있는 돌로 된 조각상 옆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사람은 사자에게 "저것 좀 보라구. 우리가 너희보다 힘이 더 세단 말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사자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만일 사자가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다면 당신은 사자의 발톱 아래 깔린 채 누워 있는 수많은 인간들을 보게 되었을 걸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용기가 있으며, 두려움을 모르며, 정의롭다고,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지역사회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시련을 맞이하게 되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그때에야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자신도 알게 되고, 다른 이들도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실망하고, 우리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진리란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시대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 진리를 닮은 진실은 시대나 사회를 넘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인 언행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저 사람이 설마 그럴 리가!"란 말이 나오는 순간 진실은 이미 깨어진 것입니다. 사람들의 진실한 모습은 그들에게 시련이 많을 때, 피해를 많이 입을 때, 무언가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라야 드러납니다. 아! 우리에게 진실은 유보되어 있습니다.
*허세는 본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성형수술과 유의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허세는 돈도 들지 않고 쉽게 부릴 수 있지만 성형수술은 다소 시간도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는 점이다. 또한 허세는 상황에 따라 금방 들통이 날 수 있지만 성형수술은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나이가 제법 들어야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성형보다 허세가 더 빨리 수치를 당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허세를 삼가해야 한다. 진실이 아닌 호기나 허세를 부릴 양이면 쥐구명보다 큰 개구멍이라도 찾아놓고 허세를 부려야 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남의 시선이나 남의 평가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